오피니언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IV)
13. 맛소라 사본: 사본 연구의 표준
구약 본문 연구에서 기준이 되는 사본을 ‘원형본문(prototype)’이라고 하며 그에 대해 가장 완벽하다는 사본이 ‘맛소라 본문(Masoretic text)’이다. 맛소라(Masora)는 구약 본문 전통을 지키는 티베리아의 맛소라 학자들의 전승과 그 체계를 뜻한다. **‘맛소라(masorah)’ 혹은 ‘맛소레트(masoret)’는 동사 ‘마사르(masar)에서 유래한다. ‘전하다, 넘겨주다, 전달하다’는 뜻이며 그래서 ‘맛소라’의 문자 의미는 ‘전승(傳承)’ 또는 ‘전통(傳統)’을 뜻한다. 다시 말해 ‘성경 본문을 정확히 전승하기 위해 지켜오는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먼저 맛소라의 역사적 배경과 그 목적을 알아보고 그 전통에 속한 사본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나아가 여러 사본과 번역본에 나타난 특징을 통해 성경권위를 주관하시는 성경의 원저자 여호와 하나님의 섭리를 숙고해 보고자 한다.
주후 6-10세기 사이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서쪽 해안에 위치한 티베리아 지역의 구약 성경 전승 학자들인 맛소라 학자들(Masoretes)에게 구약(Tanakh, 타나크/이는 세 부분의 머리글자를 합친 약어다. T는 토라(Torah, 율법=모세오경), N은 네비임(Nevi’im, 예언서), K는 케투빔(Ketuvim, 성문서)이며 ‘Torah+Nevi'im+Ketuvim=Tanakh’를 칭함) 곧 타나크는 율법서·예언서·성문서의 구약성경 전체를 뜻한다. 이 학자들은 구약 전승에서 무엇보다 고대 히브리어 ‘자음 본문(Consonantal Text, 고대 본문)’의 원형을 보존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필사자는 한 글자라도 바꾸지 않도록 철자·단어 수를 철저하게 헤아렸다. 두 번째는 발음 기호 즉 ‘모음 부호(niqqud, 니꾸드)’를 명확히 표시해 오독(誤讀)을 방지하고자 했다. 구전으로 전한 발음 전통을 시각화하여 말씀의 명확한 낭독을 통해 정확히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니꾸드’는 동사 ‘나꽈드(naqad, 점을 찍다, 표시하다)’에서 유래하며 ‘점 찍기(dots)’ 혹은 ‘점 부호’를 가리킨다. 이 ‘점 찍기’는 7-9세기 티베리아 학파가 정했으며 히브리어 자음 문자 아래·위·옆에 점과 선으로 모음을 표시했다.
<삽입그림>
그리고 그다음은 성경 낭독할 때 어디서 멈추고 어떤 어조로 읽을지를 표시한 ‘억양 부호(Accent Signs, 성경 낭독용 악센트)’를 만들어 예배용 읽기 전승과 전통(oral reading tradition)을 확립했다. 나아가 말씀 전승은 진리 전승자 모두 함께하는 책무임을 명시하고자 ‘여백 주석’[Masora parva(맛소라 파르바)-작은 맛소라: 빠른 대조와 오탈자 방지를 위해 본문 옆(좌우 여백)에 기록함/Masora magna(맛소라 마그나)-큰 맛소라: 본문 통계·주석의 해설 및 정리를 위해 페이지 위아래 여백 또는 책 말미에 길게 기록함]을 만들었다. 이로써 맛소라 체계는 한 사람 혹은 몇몇 사람의 기억이 아니라 무리 전체의 기억에 의해 유지해야 함을 강조하게 된다. 이들에게 필사자는 단지 성경을 혼자 복사하는 일을 하는 기능인이 아니라 신앙 공동체 전체를 위해 진리 전승을 기록하는 대표자로 여겼다. 이로써 무리 전체가 진리를 검증하여 바르게 전승하는 구조와 조직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맛소라의 여백 주석 전통은 신앙인 전체가 진리를 기억하고 동시에 감시한다는 책무의 사명감과 엄격함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맛소라 전통에서 구약 본문의 정확한 보존과 검증을 위한 두 가지 핵심 장치가 있다. ‘통계(statistics)’와 ‘변이 기록(variant records)’이다. 통계는 무엇보다 필사 중 오탈자를 방지하고자 본문의 글자·단어·절의 개수를 세고 기록하는 작업이다. 가령 ‘이 장(章)에는 단어가 500개, 절이 30개 있다.’ ‘이 절 가운데 단어는 여호와(הוהי)다.’ ‘토라 전체에서 가장 가운데 오는 글자는 레위기 11장 42절의 ו(바브)다’ 등의 작업이다. 이로써 후대 필사자가 복사할 때 단 한 글자라도 빠지거나 더 들어가지 않도록 즉시 검증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통계는 수학적으로 본문 보존을 하기 위한 엄격한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본들 사이에는 같은 구절이 다른 곳에서 철자·단어·어순에서 약간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그것을 여백에 기록한 장치가 ‘변이 기록(Variant Records)’이다. 이로써 본문이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다른 전승들과 비교하는 자료를 제공하게 된다. 가령, ‘이 단어는 다른 본문에서는 철자가 짧게 쓰였다.’ ‘이 구절이 사무엘서에서는 하나님으로 기록되었으나 역대기에서는 여호와로 기록했다.’ ‘이 단어는 구약 전체에서 단 세 번만 쓰였다’ 등의 작업이다. 이러한 주석 작업을 통해 동일 본문 내의 내적 일관성과 문헌 간 차이점을 철저히 관리하고자 했다.
그런데 앞의 ‘동일 본문 내의 내적 일관성’ 유지는 사본 전승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본문 그 자체가 언어와 논리, 형식과 신학 측면에서 자기모순 없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 구성과 구조의 형식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록에 담은 신학적이며 신앙적 의미를 확증하고자 한다. 이렇게 단어와 철자, 문체와 사상 등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기록한 말씀을 모순 없는 완벽한 진리로 전승하려고 했다. 가령 철자 상 어떤 단어가 본문 내 여러 곳에 등장할 때 철자가 일정해야 한다. 가령 다윗(ִדִָּדד)이란 이름이 어떤 곳에서는 Dawid(daːwiːd, 다-위이드)’로 발음되고, 다른 곳에서는 Dawid(다-빗)/David[daːvid, 다-비드]로 등장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드러난 차이를 여백에 표시하게 된다. 또한 어휘 일관성 측면에서 같은 개념이나 사상을 표현할 때 동일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가령 하나님을 어떤 곳에서는 ‘엘로힘’으로 또 다른 곳에서는 ‘여호와’로 기록한 이유와 그 패턴을 확인하여 신학적 의미의 정확성을 여백에 기록했다. 나아가 구문·문체 관련 일관성도 있다. 문장 구조와 어미변화가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지 표시했다. 가령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의 문체가 책 전체에서 동일한가를 확인하여 문법적·형식적 통일을 확인했다. 나아가 신학적 일관성 측면에서는 특정 주제(예: 율법, 언약, 속죄)가 본문 내에서 모순되지 않고 수미(首尾)가 같은 의미 체계로 유지되는지 확인하여 신학적 조화와 통일된 의미를 확정하고자 했다. 현재 복사본을 만드는 것과 전혀 다른 환경이었으며 인쇄 기술이 없으므로 구전과 필사만으로 본문을 전승해야 할 때 단어나 철자 차이 하나가 전체 문헌의 의미에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맛소라의 학자들은 여백 주석을 통해 이런 내부적 통일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함으로써, ‘같은 본문은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성경의 신적 권위를 준수하고자 했다.
<다음 호에 계속>
-----------------------------------------------------------------------------
** Mark R. Norton, “구약의 본문과 사보들”, in The Origin of The Bible, ed. Philip W. Comfort,
김광남 역, 『성경의 기원』, 고양: 엔크리스도, 2010, 227 참조
|
글쓴이 프로필 글쓴이 : 박홍기 박사 (주필 철학박사 미국 오이코스대학교 교수) 이메일 : |
성경의 절대 권위와 정경 확정의 섭리 과정 (Ⅳ)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