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교회동역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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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4-04-10 14:14  기사 출력하기 글쓴이에게 메일보내기
 

갈등과 분열의 현장, 한국 교계 2024년 슬픈 부활절


갈등과 불화 속에서 2024년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가 3월 31일 명성교회(김하나 목사 담임)에서 열렸다. 수많은 교단 가운데 겨우 69곳이 참여한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장, 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야당 선거대책위원장 등 정계 인사가 다수 참석했다. 또한 예장 합동 총회장과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그리고 명성교회 원로목사도 참석했으며, 설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감독회장이 맡았다. 감독회장은 1885년 아펜젤러 선교사의 기도가 우리나라에서 부활 신앙으로 응답되어 한국 교회는 물론 민족정신과 수난의 현장에서 대한민국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설교에 이어 여러 순서자들이 각종 문제를 두고 기도 순서를 이어갔다. 마약과 이단 배격, 반성경적인 악법 차단을 연이어 갈구했다.

이날 예배의 관심은 대통령에게 쏠렸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대통령의 횡보가 여러 논란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참석한 여러 교단의 대표자들에게 대통령의 전할 메시지는 어느 때보다 이목의 집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은 “우리 사회 내부의 갈등이 점차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북한의 위협과 국제 정세의 불안으로 나라 밖 사정도 밝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부활의 참뜻을 되새겨 우리 모두가 함께 실천해야 한다. 모두가 진정한 자유(필자 강조)를 누릴 수 있도록 사랑과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부활의 참뜻을 이루어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부활 메시지로는 극히 원론적이며 일반적인 신앙 정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메시지에 교인들과 국민들이 얼마만큼 공명(共鳴)의 울림을 보냈는지는 미지수다. 똑같은 성경 본문을 어떤 목회자가 어떤 목적으로 읽느냐에 따라 공감 여부가 달라지듯 흠결 없는 완벽한 진리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맥락과 정황에 따라 약과 독으로 극단적으로 갈린다. 대통령은 축사 말미에 “이승만 대통령께서 유언으로 남기신 갈라디아서 5장 1절로 마치겠다”고 하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필자 강조)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는 구절을 읽었다. 대통령은 ‘자유’라는 말을 매우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이 사회가 정말로 이 정부와 더불어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묻는다면, 국론 분열 수준의 반응이 나오면서, 그 응답은 각각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듯이 극단적으로 갈라진다.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자유’라는 말을 국민들은 정작 즐겨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모든 부자유와 억압을 단번에 해결하신 해방과 자유의 완성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부활절 계란이 목에서 잘 내려가지 않았던 절기가 되는 듯하다.

한편 대통령이 참석한 명성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에 불참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는 용산 대통령실 맞은편에서 진행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부활절 연합 예배’에 참석했다. 한국 교회사에서 유례없이 부활절 연합 예배가 대립 양상을 띠는 정말로 슬픈 부활절을 보냈다. 그리고 이날 부활절 예배 현장인 명성교회 앞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인 명성교회 세습 반대 운동이 이어졌다. 교회 분열의 현장에서 울려 퍼진 슬픈 부활절이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들은 명성교회 월드글로리아센터 앞에서 명성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 3월 21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도 “부활의 가치를 짓밟는 명성교회 부활절 연합 예배를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이미 연 바 있다. 또다시 “세습대관식과 같은 명성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중단하라!”고 주장하며 분열의 상흔이 이어지는 명성교회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조병길 집사는 “주일날 명성교회 주변은 어깨를 부딪쳐야 할 만큼 사람이 많았지만 옛날에 비해 지금 많이 허전하다”며 과거 함께했던 명성교회 교인들에게 자신의 소신을 다시 설파했다.

교회협과 한교협총은 각각 부활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십자가와 부활 신앙의 위대함,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교회 일치와 연합, 희생과 섬김의 본, 고통받은 이에게 소망, 사회적 양극화와 불의한 현실 극복, 고난받은 사회적 약자 배려, 이념 갈등과 계층 갈등 극복, 차이 극복으로 평화와 화합의 길 모색 등 어느 구호 하나 틀린 것은 없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많은 성도들은 앞의 메시지를 전하는 목회자들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일쑤다. 사회적 갈등 조장과 분열의 불씨를 만들어 확산하는 정치꾼 목사들이 점점 증가하는 현실은 부활 신앙마저 자기 야욕의 수단으로 퇴락하는 슬픈 너무도 슬픈 부활절 광경이다. 세속적이어도 너무도 세속적으로 절대 자유의 부활 신앙마저 악용하고 있다.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이생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리라.”(고전 15:19) 한국 교계의 지도자들 일부는 부활 신앙을 점점 이생(이승)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부활 신앙마저 온갖 추악한 욕망의 도구로 전락시킨다. 인종과 혈통, 민족과 언어, 계급과 신분 등 모든 차별과 갈등과 억압을 해방시킨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신앙이 우리 교계에서 더 이상 부패하지 않길 간절히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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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까지 위협하는 (유신)진화론, 성경의 ‘절대권위’ 확증으로 극복해야
한국 교회의 세계 선교가 남기는 우려들